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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어머니 한글 배우면 초등학교 졸업장 준다

기사입력 2012.06.14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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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 어머니 한글 배우면 초등학교 졸업장 준다
                            신지동초등학교, 전라남도교육청 학력인증기관 지정 

       
             ▲ 신지동초등학교 한글교육

     [청해진신문] 전남 완도 신지동초등학교(노영진 교장)는 유일하게 전라남도교육청 학력인증기관으로 지정되어, 1단계 20여명의 할머니 들이 3일(월, 화, 목) 밤 7시30분부터 9시까지 초등학교 졸업장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중이다.

    “아따, 재밌다야! 그라제?” “선상님이 진짜 재미나게 가르쳐 주신다야.”
    “워메, 갸는 한글도 다 아는 것이 왜 와가꼬, 우리는 기죽인다냐.”

    밤 아홉시. 여느 학교 같으면 인적이 뜸해질 시간이지만, 신지동초등학교는 학생들의 발소리, 그리고 건강의 섬 완도 사투리들로 다시금 소란해진다.

    한글교실에서 공부를 마친 할머님들의 늦운 밤 하교시간에는. 수업시간에 꾹 참았던 말들을 쏟아내느라 시끌버끌한 건 어린 학생들과 다를 바 없다. 단지 어린 학생들에 비해 배움의 시기가 조금 늦었을 뿐이다.
    “혀가 안꼬부라져가꼬, 힘들다.” “마음은 굴뚝인디, 손은 왜 내 말을 안 듣는다냐!”

    무엇이라도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느지막하게 다시 시작하려니, 연필을 쥐는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혀도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구수한 완도 섬사투리가 더욱 재밌다.

    늘 사용하던 말인데도 글로 배우려니 모든 게 새롭고 쉬운 게 없다며 이렇게 시작하니 마냥 기쁘다는 할머니, 어머니들은 야간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신지동초의 한글교실은 벌써 3년째라고 자랑이 대단하다.

    노영진 교장에 따르면 처음 5명의 학생으로 시작하여 한 때는 20명도 넘었지만 도서지역 특성상 다시마철이 되면 그 수가 조금 줄어들기도 했지만, 배움을 이어가려는 할머니, 어머니들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말한다.

    그동안 본인 이름 석자를 쓸 수 있는 실력이 늘어나 택배 받는 일도, 투표를 하는 일도 두렵지 않다는 할머니, 어머니들은 서툴긴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과 그 날 있었던 일들도 일기도 쓸 수 있게 되었다는 것.

    무엇보다도 한글을 몰라 캄캄한 세상이 이제 밝아지고 자신감 있게 도와준 선생님은. 학교의 지원과 함께 신지동초 노영진 교장은 한글교실 수업을 위해 서울에서 성인문해교육 강사 자격 연수를 받고 강사로 활동한다.

    또 서근태 교감과 김길용 교무는 거리가 멀어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시는 분들을 위해 본인들의 차를 이용해 통학을 책임지고 있어 할머님들은 그런 선생님들에게 늘 미안하고, 끄게 고맙다고 본지를 통해 밝혀왔다.

    한글교육을 통해 주민과 소통한다는 신지동초둥학교의 지도교사들에게 완도지역 주민들의 칭송이 자자하다. 노령의 나이에 노익장을 과시하는 어르신들은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 포기해야 했던 배움의 기회를, 이제 다시 시작하여 신지동초둥학교 야간 한글교육을 받는 일분 일초가 짧기만 하다.

    한편, 바다로 밭으로 나가 낮 동안 고된 작업을 한 후라 몸은 피곤하지만, 선생님과 동무들 함께 공부할 수 있어서 즐겁다는 우리 할머님들의 늦은 밤 교육에 대한 열정이 오늘도 신지동초의 밤을 환히 밝히며 문맹퇴치에 무료 봉사하는 교사들의 노고가 주민들로부터 호평을 받고있다.<石泉 김용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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