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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사람들- 울산지방검찰청 전병주 검사

기사입력 2008.06.12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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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이 무서워요~
     
     
     

    대검찰청 소식-

    남편이 무서워요~
    사건과 사람들
     
     
     

       울산지방검찰청
          전병주 검사
    사건을 접하며

    사건을 접하며

     


    저는 2007. 10. 3.경 야간 당직 중 매우 이례적인 사건을 접하게 되었고, 저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남편의 강압과 협박에 못 이겨 성매매에 이른 사건으로서 더욱이 충격적인 것은 남편이 직접 인터넷을 통하여 마치 남편의 도벽으로 인해 이혼 할 예정인 유부녀인 것처럼 행세하며 어린 딸을 시댁에 보낼 차비조차 없다며 연민을 이끌어내고 돈을 주면 성관계를 맺고 애인이 되어줄 것처럼 채팅을 하여 성매매남과 접촉하고 그 조건 등을 정하여 처로 하여금 수회에 걸쳐 그들과 성매매를 하게하고, 그 후 귀가한 처에게 성매매남과 어떤 방식으로 성행위를 하였는지, 만족하였는지 등 집요하게 설명을 구하고, 그에 따라 자신과도 똑같은 방식으로 성행위를 해줄 것을 요구하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처를 성매매에 이르게 한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변명이 곤란할 지언데 그 처에게 또 다른 굴욕감을 안기다니 이는 처에 대한 극도의 학대행위가 아니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모은 돈은 남편이 대부분 술과 인터넷 도박으로 탕진하였고, 돈이 떨어지면 피해자는 재차 성매매에 내쫓기는 악순환의 고리에 놓여졌다는 것입니다.

    저로서는 어떻게 위와 같은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반신반의하면서도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여 구속영장을 청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첫 만남

    피의자는 구속이후 5일만에 검찰에 송치되었고 처로 하여금 성매매에 이르게 할 수 밖에 없었던 경제적 사정을 설명하면서 서로 지극히 사랑하였기에 가정을 유지하고 싶은 생각에서 합의하에 이 사건 범죄에 이르렀다고 강변하였고, 아울러 어떠한 사회적 비난도 감수하며 처와 딸을 지극히 사랑하기에 출소 후 재결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구금기간 중 처에게 계속하여 반성의 편지를 쓰겠다고 하였습니다.

     “가정을 유지하고 싶어서 범행에 이르렀다”는 피의자의 주장에 잠시 할 말을 잃었고 저는 곧바로 “이와 같은 행위가 서로의 신뢰를 파괴하고 가정의 붕괴로 이어지는 지름길이 아니냐?”고 반문하였습니다. 이 말을 듣고 피의자는 지난 날에 대한 회한에서인지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하지만 두 부부의 위기는 이미 더 이상 부부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터이었으니 그 후회는 늦어도 너무 늦은 것이었습니다.

    최종 결정에 앞서 피의자의 처를 소환하였고, 여성쉼터 담당자와 함께 출석한 그녀는 매우 불안하고 초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남편과의 만남 과정,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경위, 그 동안 있었던 남편의 자신과 친정식구들에 대한 학대, 그로 인한 어린 딸의 불안증세 등에 대하여 하나 하나 설명하면서 남편이 너무도 무섭고 향후 이혼할 뜻과 이혼 후 식당 종업원으로 취직하여 재활을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였습니다. 참고로 그녀 또한 성매매 범죄의 주체이었지만 범행에 이른 경위를 참작하여 입건하지는 않았고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유흥업소에서 종업원으로 만나 순간적인 열정으로 결합하였지만 아무런 경제적인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의 만남은 마땅히 기거할 집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결혼생활을 내내 힘들게 하였고, 과거 유흥업소에서의 경험은 서로에 대한 불신의 벽을 높이고, 결국 그의 처의 인격이 송두리째 무시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이와 같은 조사를 거쳐 피의자는 2007. 10. 19. 법원에 ‘영업으로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구속 기소되었고(그 후 2008. 2. 1. 징역 1년 선고, 확정됨), 한편 그의 처의 재활을 돕기 위하여 2007. 10. 22.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체계적인 지원의뢰를 하게 되었습니다.

    선한 손길

    저의 지원의뢰를 접한 피해자지원센터에서는 오정숙 국장을 비롯한 실무진들이 그녀와 딸을 면담하였고, 그 결과 센터측에서는 피폐된 심신을 추스릴 수 있도록 지속적인 심리상담 및 경제적 원조의 필요성을 확인하게 되었으며 그들의 재활을 돕기 위하여 친정 누이, 이모와 같은 따뜻한 마음으로 매우 헌신적인 노력을 지속해 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실시된 조치내역을 간단히 살펴보면 정기상담 12회(특히 딸에 대하여는 미술치료전문가와 연계를 통한 치료를 병행하였음), 긴급생활지원금 1회 80만원씩 총 240만원 지원, 형사소송, 이혼소송 등에 관한 법률자문, 취업알선을 하였고, 이를 통해 그녀는 남편의 형사소송과정 중 협박편지에 대응하는 한편 남편과 이혼을 하고 아이의 양육권자로 지정되었으며 그녀와 아이는 심리적인 안정을 되찾고 비로소 남편으로부터 자유로워져 즐거운 생활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맺으며

    사람이 살아가면서 만나는 다양한 인간군상 가운데 정말 특이한 삶의 모습을 보았고,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주위의 어려운 이웃에 대한 조그만 관심이 그들에게는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부부사이의 기본적인 신뢰와 상호 존중의 정신이 얼마나 의미있는 것인지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루 빨리 두 모녀가 아픈 과거를 잊고 행복한 마음으로 웃음을 잃지 않은 채 즐겁게 살아 갈 수 있으면 하는 바램이며 이 글이 두 모녀에게 혹여 누가 되지 않을지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도 앞서나 양해를 구하면서 이만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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