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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방법원장 취임사-"재판 공전.지연은 정의 아니다"

기사입력 2006.02.14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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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판 공전.지연은 정의 아니다"-全 법원장의 '뼈있는 취임사'








    "이유없이 공전되거나 지연되는 재판은 정의가 아닙니다"

    13일 취임한 전수안 신임 광주지법원장(54.사시 18회)의 취임사 중 한마디다.

    광주지법원장 사상 첫 여성법관인 전 법원장은 이날 취임식을 앞두고 A4용지 5장 분량의 짧지 않은 취임사를 손수 작성했다.

    전 법원장은 "법조계 지인들로부터 광주가 인정 많고, 광주지법이 기억에 오래 남는 곳이라는 말을 수 없이 들었다"고 밝힌 뒤 "그러나, 이처럼 정이 넘친 나머지 제도의 정비나 엄격한 운영에 소홀한 곳이라는 평판을 듣고 있진 않은 지 되돌아볼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 법원장은 이어 "모든 법원이 '국민섬기기'에 거듭나고 있는 이 때, 다른 법원에 비해 늦긴 했으나 광주지법도 민원.소장 접수에서 판결.결정문 송달, 상소기록 송부에 이르기까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모든 시스템을 점검할 때"라며 이같이 밝혔다.

    또 "1월과 7월 정기인사 때마다 한 부서에서 6개월만에 다른 부서로 가기를 희망하는 일은 지양했으면 한다"며 "사무분담과 보직과 관련, 국.과장이 종전의 보직관행이나 인사방식을 점검, 예측가능한 기준을 마련토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법관들에 대한 의미있는 당부도 아끼지 않았다.

    "민사합의 사건은 (광주지법) 재판사무의 중추며, 이유없이 공전되거나 지연되는 재판은 정의가 아니고, 지루하게 방치되는 서면 공방 역시 재판이 아니다"고 평소 소신을 여과없이 피력했다.

    특히 "민사재판에 대한 평판은 사건 당사자의 평가를 통해 시차를 두고 서서히 회자되는 것이라면 형사재판은 일시에 여러 사람으로부터 즉시 평가를 받는 만큼 충실한 심리, 엄정한 판단, 적절한 양형을 법관의 자존심과 명예를 걸고 소신껏 내려 달라"고 주문했다.

    끝으로 그는 "길을 가다 무거운 짐을 진 할머니를 부축하는 마음으로, 주말에 짬을 내 복지시설을 찾아 목욕을 시켜주거나 노숙자 쉼터에서 따뜻한 밥 한 그릇을 퍼 얼릴 때의 심정으로 상처받는 원고와 피고, 피고인과 피해자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부축하자"고 당부했다.

    "군림하는 법원장이 아닌 '헌신적인 경영자'를 지향하고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신상필벌'을 중시한다"는 전 법원장은 부산 출신으로 경기여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27년여동안 재판업무에 몸담아온 '정통법관'으로, 이영애 전 춘천지법원장에 이어 여성 법관 사상 두번째로 지방법원장을 맡게 됐다. <뉴시스>
    입력06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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